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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소원을 말해봐

HANDAL/한달쓰기_디네브('200315~)

by 어리목 2020. 3. 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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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는 갓바위라는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이 있다. 이곳은 온전히 마음을 내려놓고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야만 부처님을 만나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영험한 효력을 간직한 곳이어서 수능시험이 가까워지면 많은 학부모들이 이 곳을 찾는다. 소원을 빌려고 말이다. 

이곳 부처님은 간절히 바라는 것 하나를 이루어 주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물론 한번 와서 소원을 들어달라고 빈다고 해서 결코 쉽게 들어주지는 않는다. 오롯이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또 빌어야만 그 소원을 이루게 들어주신다고 한다.

올라가는 것도 그렇게 쉽지가 않는 곳이니 그 영험함이 더 하지 않을까?

이곳은 돌계단 1,365개를 디디고 나서야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야한다. 욕심내서 2개 계단을 걸어올라 가면 탈이 나타난다. 욕심내지 않고 한걸음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서 옮겨야 정상에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이 어르신도 어떤 소원을 빌러 올라가시는걸까?

이 갓바위를 예전에는 운동삼아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도 갓바위에 가서 소원을 빌면 이루게 해 준다는 이야기는 그때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는 소원을 빌 필요가 없었으니 당연하게 소원 빌 일도 없이 그런 이야기가 있었구나라며 다녀오기만 했다.

하지만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했던가?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물에 빠진 사람마냥 지푸라기라도 잡을 요량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갓바위로 향했다. 내가 살 수 있게 소원을 빌러 말이다. 저 1,365개의 계단을 한 개도 놓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었고, 또 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으며 착하게 살겠다고 빌고 또 빌으며 저 길을 올랐다. 일주일에 2번씩은 다녀온 것 같다.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불안한 마음 다 잡으며 발길을 옮겼었다. 

시간이 지나 갓바위 부처님은 소원을 들어주셨다. 울고 불며 애원해서 그렇게 살려달라고 하지 말고 그냥 착실하게 살지 왜 그런짓을 했냐고, 자책을 하며 웃음으로 넘기는 여유도 생겼다. 사회적으로 조금 도태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다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해준다고 했던가? 그 당시만 어떻게든 견디고 버티면 그 시간은 지나간다. 당시를 견디고 버티는 것으로 스스로를 뒤 돌아아 보고 살펴볼 수 있는 건 아닌지. 

애초부터 울며 불며 잘못했다고 빌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을. 왜 그런 일들을 만들어서 여러사람 힘들게 하고 본인도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지. 아픔을 느끼지 못해서 아픔을 느끼고자 그렇게 했다면 바보 병신이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왜 그렇게 했는지. 

착하고 바르게 산다고 해서 잘못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잘못할 일은 하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만약 그래도 사람인지라 잘못을 하게 된다면 견디고 버티는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견디며 버텨줄 그 무엇인가를 찾아보면 어떨까? 그래야만 더 잘 살 아가는 힘이 나지 않을까? 내가 살아가는 힘은 견디고 버티는 법을 배우고부터였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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